계약 분쟁 사건을 십수 년 다루다 보면, 법정까지 오는 다툼의 대부분이 세 조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. 손해배상 예정 조항, 해지 사유 조항, 그리고 관할 조항입니다.
손해배상 예정액은 ‘위약 시 얼마’를 미리 정하는 조항인데, 금액이 과도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실손해를 못 받습니다. 해지 조항은 ‘어떤 경우에, 어떤 절차로(최고 후 며칠 등)’ 해지할 수 있는지가 특정되어 있지 않으면 해지 자체가 무효로 다퉈집니다. 관할 조항은 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법원에서 소송하는지를 정하는데, 지방 사업자가 서울 관할에 서명해버리면 소송 비용이 크게 달라집니다.
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‘잘될 때’가 아니라 ‘틀어졌을 때’를 기준으로 읽어야 합니다. 이 계약이 깨지면 나는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 — 그 답이 계약서 안에 없다면, 서명 전에 고쳐야 합니다.